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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 엘프의 숨은 보석 by 모아

물 건너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DOS/V를 설치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PC-9801에 주력하고 있던 터라 IBM-PC용 DOS/V 게임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지요. 일부 메이저 제작사들이나 1년에 한두개 자사의 히트작을 포팅했던 1992년, 홀연히 나타나 두달에 하나꼴로 게임을 찍어내더니 1996년 BE-YOND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정지한 회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실키즈(シルキーズ). 후에 메이저 제작사 엘프의 자매 브랜드로 밝혀졌고 2001년에 부활해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6년 이전 실키즈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카와라자키 가의 일족(河原崎家の一族)이나 노노무라 병원 사람들(野々村病院の人々) 정도가 되겠지만 이것 말고도 고향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분위기의 어드벤처 게임이 있습니다. 이름은 연희(恋姫 ~Mystic Princes~; 일본어로 읽으면 코이히메인데 그냥 우리에게 친숙한 한자 발음으로 적겠습니다). 많이 알려진 게임은 아니지만 모기업인 엘프에서 리메이크작을 내놓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평가는 괜찮았던 작품입니다. 지금부터 1995년에 발매된 DOS/V판과 1999년에 Windows로 이식된 리메이크판의 비교하면서 어떤 게임인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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恋姫 ~Mystic Princes~ - シルキーズ, 1995년 5월 26일 발매

여름 휴가를 이용해 10년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 오랬만에 만난 할머니에게 응석도 부리고, 추억의 장소도 하나씩 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소꼽친구라며 4명의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들은 주인공을 너무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정작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난감해 합니다. 그러면서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소녀들과의 약속, 이들과의 오랜 인연 때문에 주인공은 어떤 시련이 맞게 되는데...

일본 설화에 등장하는 영물의 현신인 소녀들과의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전형적인 일본식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인물들과 대화하고, 상황을 생각하고, 액션을 취하면 준비된 엔딩 중 하나에 이르는, 이쪽 게임에서 많이 채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워낙 심플한 방식이라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재미를 찾을 수 없고 그래픽이 얼마나 예쁘냐, 준비된 스토리가 플레이어에게 감동을 주느냐, 등장 인물들이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따라 게임의 퀄리티가 결정되죠.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코이히메는 실키즈 게임 중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16컬러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색감이 일품이었던 이벤트 그래픽, 크게 튀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정감있는 캐릭터들, 이국적인 느낌에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스토리까지, 개인적으론 무척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작품입니다. 후에 칭송받는 자(うたわれるもの)에서 빛을 발했던 스가무 네미츠(菅宗光; 시나리오 라이터)의 초기작이라 더 기억에 남네요. 듣기 편한 멜로디의 BGM이 일품이라 이 중 몇 곡은 녹음해 Windows 시작음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텍스트를 세로 쓰기로 처리한 게임 화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세로 쓰기가 인상적이었던 게임 화면. 어찌보면 읽기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인상의 게임이었는지라 속편을 기대했는데 1996년 제작사가 활동을 정지해 안타까워 하던 차에 1999년 모기업인 엘프에서 소리소문없이 리메이크작을 내놓아 너무 반가우면서도 놀랬습니다. 괜찮은 작품이긴 했지만 리메이크할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물건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반가웠던 이 게임이 4년만에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恋姫 ~K・O・I・H・I・M・E~ - エルフ, 1999년 12월 24일 발매

우선 게임 그래픽을 일신했습니다. 애니판 하급생 작화 감독이었던 와타나베 마유미(渡辺真由美)가 캐릭터 디자인과 게임 원화를 맡아 그래픽만으로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버렸습니다. 예전에 캐릭터 디자인도 좋았지만 애니풍으로 바뀐 그래픽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만화 컷 처럼 편리하게 바뀐 인터페이스. 메뉴 구성이 참 재미있습니다.

다음으로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편리하게 바뀌었습니다. DOS/V판은 단순하게 텍스트로만 이동, 대화, 생각 등의 메뉴가 표시되었지만 Windows판은 직관적이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한 그림 형식의 메뉴로 개량되었습니다. 메뉴에 적용된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효과도 잔재미를 더해 보기 좋더군요. 창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은 역시 엘프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더욱 경쾌하게 편곡된 BGM이 귀를 즐겁게 해 주었고 13개의 엔딩 역시 건재했습니다. 특히 4명 전원과 결혼하는 진엔딩 후일담을 추가해줘 개인적으로 무척 반가웠습니다.

진엔딩 이후에 추가된 이벤트 그래픽. 모두 옹녀 수준이라 주인공은 밤이 두려울겁니다.

원작과 리메이크작 모두 추천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색다른 느낌의 어드벤쳐 게임을 원하신다면 한 번 잡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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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스트라토스 인기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by 모아

평소 품었던 생각을 몇 가지로 나누어 적어보겠습니다.

1. 애니 방영 전 원작 라이트노벨이 인기가 있었나?
대답은 YES입니다. 2009년 5월에 발매된 1권이 약 17만부. 애니화 발표가 난 5권까지 계속 15만부 이상을 찍어 누계 65만부가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애니로 흥한 건 6권 이후고 일단은 라이트노벨 자체가 인기를 끈건 사실입니다.

2. 원작 라이트노벨은 왜 인기였나?
덕스러운 매체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미소녀+메카닉'을 전면에 내세웠고 뒤를 다국적 츤데레들이 받쳐 주었습니다. 사실 설정에 구멍이 많은 작품이라 메카닉에 무게 중심을 두었던 독자라면 2권쯤에 나가떨어집니다. 앞뒤 안맞는 설정에 액션 장면 연출도 고루해 그쪽으로는 재미를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구매층은 당연히 다국적 츤데레만 믿고 따라온 캐릭터 매니아들.

3. 애니화 버프를 받았나?
이것도 YES입니다. 애니 방영 후 발매된 6권까지의 누계 판매량이 갑자기 2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애니 방영 전 65만부, 방영 후 120만부, 7권까지 합치면 135만부) TVA 스토리텔링은 원작 못지 않게 뎅~ 소리가 났지만(TVA 감상 참조) 쿠라시마 토모야스(倉嶋丈康)의 미려한 캐릭터 디자인, 마크로스F 팀이 뽑아낸 역동적인 전투씬, 적절한 노출 등이 힘입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권당 BD/DVD 판매량은 3만부 돌파,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마마마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지만 어쨌든 판매량 2위를 먹었습니다.

4. 그럼 캐릭터 덕분에 성공한 작품?
절반만 맞다는 것이 주인장의 생각입니다. IS는 공략 대상 전원이 국적만 다른 츤데레라 히로인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상반된 개성을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메카닉파보다는 길게 가겠지만 결국은 츤과 데레를 기계적으로 내뱉는 히로인들에게 질려 중도 포기할 겁니다. 특정 캐릭터를 지지하는(샤를이라던가 샤를이라던가 사를이라던가) 독자들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캐릭터 조형 능력도 빈약했습니다.

5. 그럼 성공 이유가 뭔데?
이 부분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자인 유미즈루 이즈루는 에로게 기획자 출신입니다. (관련글) 이쪽 게임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남주 하나에 여러 명의 공략 대상, 즉 하렘이 기본인 구도입니다.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각자의 엔딩을 위해 개별 루트로 빠지겠지만 전체적으로 일대다의 하렘 시츄에이션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런 공통 루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달달한 하렘 분위기를 통채로 라이트노벨 포맷으로 옮겨놓고 메카닉이라는 드레싱으로 '있어보이게' 맛을 냈습니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주요 캐릭터들이 차근차근 이야기에 동참하는 일련의 과정을 단 2권만에 해치우고 연중 상태인 7권까지 주도권을 잡는 캐릭터 없이 주인공에게 어필하는 공통 루트만 죽 이어붙였습니다. 중간에 지루할 것 같으면 IS 폭주시키고, 신캐릭터 집어넣고, 적대조직 내보내고, 뭐 이런 식이었죠. 스토리텔링은 학예회 작문 수준이었지만 각국을 대표하는 츤데레들이 마음껏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세계관이나 설정을 다 캐릭터 중심으로 맞춰 놓았습니다. 캐릭터 먼저 만들어놓고 얘네들에게 필요한 설정들이 이거이거 하는 식입니다. 이게 초반에 먹혔고 애니화 버프를 받으면서 만개했습니다. 작품성으론 악취가 날지 모르겠지만 일단 꽃은 예뻤으니까요.

결론: 원작은 책으로 쓴 에로게 공통 루트였고 애니는 이걸 샤방하게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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